베이징 교민들 “수뇌부도 책임져야”

  • 입력 2001년 11월 7일 19시 19분


한국인 마약사범 신모씨(41) 사형과 관련한 외교문서 부실관리 사건으로 주중대사관 담당자 등에 대한 정부의 무더기 징계방침이 확실시되자 7일 현지 교민들은 “징계의 방향과 대상이 잘못됐다”며 “외교부 고위층도 책임져야 한다”고 청와대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문제를 제기했다. 교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실무선의 담당영사와 총영사가 징계대상에 올랐으나 문서 보관상의 관행적인 문제로 인해 이들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데다 이들이 평소 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여왔다”며 “징계는 수긍할 수 있어야 하며 외교부 고위층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민들에 따르면 담당영사인 김병권(金炳權) 외사협력관은 99년 1월 신씨 등에 대한 1심 재판 통보문서의 수신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자신의 문서파일이 아닌 영사관 내 다른 서류함에서 발견됐다는 것. 또 신형근(辛亨根) 총영사는 전임 총영사 시절 접수됐으나 방치돼 있던 문서를 챙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

중국에서 16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손근호(孫根浩) 주중한국인회 고문은 “김병권 외사협력관과 신형근 총영사는 문서 보관문제를 제외하고는 근무기간 중 교민을 위해 헌신해 온 사람이므로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5일 교민 150여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로 보냈다.

재중한국인회 신영수(愼英樹) 회장과 이훈복(李勳福) 수석부회장은 7일 “주중공관의 업무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인력과 예산의 지원 없이 담당자만 엄중 문책하는 것은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웠다.

베이징에서 한국음식점을 경영하는 K씨(52)는 “이번과 같은 중대한 외교실책을 본부 고위급에서 책임지는 사람 없이 단순히 주중대사관의 실무자만 처벌하겠다는 것은 억울한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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