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이번 전쟁은 종교전쟁”… 아랍방송 녹화 연설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19분


오사마 빈 라덴과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가 아프간 전쟁의 본질은 ‘종교전쟁’이라며 이번 전쟁이 종교와 무관하다는 미국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빈 라덴은 3일 아랍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방영된 비디오 녹화연설을 통해 “이번 전쟁은 조지 W 부시나 토니 블레어가 주장해 온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종교 및 이념 문제가 직결된 종교전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예언자 모하메드 시대 이후 가장 격렬한 십자군 전쟁을 맞아 아프간 형제들을 지키기 위해 이슬람인들이 나서야 한다”며 성전을 재차 촉구했다.

빈 라덴이 알 자지라 방송에 직접 출연한 것은 지난달 7일에 이어 두번째로 이번 역시 언제 어디서 녹화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는 또 유엔 내 아랍 회원국 정상들을 ‘이단자’로 규정하고 “이슬람교도들은 매일 살육되고 있으나 유엔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미 행정부의 관계자는 “빈 라덴의 주장은 초조한 나머지 절망감에서 나온 자포자기적인 행위”라며 “특히 유엔과 아랍국가들을 비난한 것은 중대한 실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89년 소설 ‘악마의 시’를 발표해 이슬람교도들의 분노를 샀던 루시디 역시 아프간 전쟁의 본질은 종교라고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지 등에 기고한 글에서 루시디는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이 빈 라덴을 지지하고 있으며 ‘창과 도끼’를 든 1만여명의 파키스탄인들이 성전에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루시디는 성전을 촉구한 빈 라덴과는 달리 테러사건을 계기로 온건 이슬람교도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며 “이들 온건파의 목소리를 계속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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