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제무역위 수입철강 피해판정, 美정부서도 반대 목소리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51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수입철강 산업피해 판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주요 대미(對美) 철강수출국인 한국과 일본, 유럽은 물론 미국 정부 내에서 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국내외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졸릭 대표는 전미 제조업협회(NAM) 모임에서 “미국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철강산업 보호조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졸릭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철강업계의 경영위기가 외국산 저가 철강제품 때문이라는 ITC의 판정근거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경쟁력이 없는 자국 철강업체를 살리기 위해 외국철강의 수입제한 조치라는 보호무역주의 카드를 강행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출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제철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철강업체들은 수입철강과 싸울 것이 아니라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연합(EU)도 이번 판정과 관련해 “보호장벽을 강화할 경우 WTO에 제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앤터니 구치 EU 무역담당 대변인도 “미국은 자국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ITC가 문제삼은 품목들은 1998년 이후 수입이 감소해 왔다”고 반박했다. 일본 철강정보센터는 성명을 통해 “미국 철강산업의 문제는 미국 내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무역비상위원회의 칼맨 코언 회장은 “경제침체 국면에서 세계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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