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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4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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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령 북아일랜드의 구교파 준(準)군사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군(IRA)이 23일 무장해제에 들어갔다. 이로써 교착상태에 빠진 북아일랜드평화협정 이행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IRA 지도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붕괴점에 이른 북아일랜드평화협정을 구하기 위해 국제무장해제위원회와 합의한 무장해제를 실행에 옮겼다”고 발표했다.
북아일랜드내 준군사조직의 무장해제를 위해 구성된 국제무장해제위원회측도 IRA가 상당한 양의 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곳에 두는 것을 목격했다 며 무기에는 총기류 탄약 폭탄 등이 포함돼 있다 고 확인했다. IRA와 국제무장해제위원회는 “8월 IRA는 무기를 검증 가능한, 사용할 수 없는 곳에 둔다”고 합의했었다.
그러나 IRA는 무장해제 규모와 방법, 무기 처분 장소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IRA의 발표는 IRA 정치조직인 신페인당의 제리 애덤스 당수가 획기적인 무장해제 를 촉구한지 하루만에 나온 것. 영국의 북아일랜드 지배에 반대해 무장 독립투쟁을 주도해온 IRA가 무기를 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북아일랜드의 신교파 정당인 얼스터연합당의 데이비드 트림블 당수는 국제무장해제위원회의 확인 발표 후 소속당 각료들에게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로의 복귀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트림블 당수는 7월1일 IRA가 북아일랜드평화협정에 명기된 무장해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 며 자치정부 수석장관직을 사퇴해 자치정부가 붕괴 위기를 맞았었다.
북아일랜드내 준군사조직의 무장해제는 북아일랜드에서 30여년간 계속된 종파간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99년 체결된 북아일랜드평화협정 이행의 최대 관건. 평화협정에 따라 신 구교파 정당 대표들이 참여하는 자치정부가 발족됐으나 무장해제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지난달 미국 테러사건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전세계적으로 테러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IRA의 무장투쟁이 정당성을 잃게된 것.
때마침 컬럼비아에서 IRA 대원 3명이 마약 밀매에 관여하는 공산 테러조직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되면서 IRA는 평화협정 관련국인 영국과 아일랜드는 물론 미국의 강력한 압력을 받게 됐다.
특히 북아일랜드 구교파를 지원해왔던 미국내 아일랜드계, 특히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나 IRA의 돈줄 역할을 했던 부호 사업가 빌 플린이 등을 돌리면서 IRA는 치명상을 입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분석했다.
IRA의 무장해제 착수에 따라 북아일랜드내 준군사조직들의 무장해제에 첫 단추가 끼워졌지만 아직도 평화로 향한 길은 멀다. IRA의 무장해제 발표 직후에도 신교파의 일부 극렬 준군사조직들은 총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북아일랜드내에는 평화협정 자체를 반대하는 정당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IRA의 무장해제 착수에 대해 아직 먼길을 가야한다. 다만 매우 의미있는 이정표를 지난 것만은 분명하다 고 평가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