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결산]反테러 적극동참… 美 ‘햇볕 지지’ 화답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9시 14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이번 상하이(上海)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반(反)테러의 명분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려온 ‘햇볕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19일 정상회담에서 남북화해정책에 대한 미국측의 강력한 지지와 북한과의 대화의지를 확인한 것은 남북관계정상화를 향한 튼튼한 디딤돌을 마련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게 외교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부시 대통령도 이번 회담결과에 “아주 만족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호의적 반응은 3월 김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가졌던 첫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인 셈.

부시 대통령의 태도는 어떤 의미에서는 김 대통령이 미국의 반테러 전쟁에 대해 적극 호응한 데 대한 ‘화답(和答)’의 성격도 짙은 것 같다. 실제 미국측은 특히 김 대통령이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관심사인 남북관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미국의 최대 현안인 테러문제만 언급한 것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또 정상외교무대인 APEC정상회의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명성을 활용해 테러사태 관련 논의를 주도했다. 다음은 김 대통령이 주도한 정상회의 의제들이다.

▽경기부양〓김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의 제1주제인 ‘세계 및 지역경제 현황’토론에서 각국 정부가 경제구조조정과 병행해 내수 진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해 각국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어 토론에 나선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이 제안했듯이 미국은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400억달러의 추가 조세감면을 구상하고 있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TO뉴라운드 출범 촉구〓이날 APEC 정상들이 공동선언문에서 11월 카타르에서 열린 예정인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WTO뉴라운드가 출범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함에 따라 WTO뉴라운드체제가 임박한 현안으로 대두되게 됐다.

김 대통령은 발제에서 “테러사태로 인한 경기 하강으로 국내적으로 보호주의가 고개를 들 우려가 있다”며 “우리는 이를 경계하고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WTO뉴라운드의 연내 출범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도 “교역증대를 통해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세계화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WTO뉴라운드의 조기 출범을 적극 지지했다.

▽반테러 공동대응〓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강력한 반테러 의지를 밝히고 APEC 국가들의 구체적인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함으로써 반테러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이 강화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반테러 성명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 표명이 포함되지 않는 등 이 문제에 대한 회원국들의 이견이 없지는 않았다.

<상하이〓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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