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용의자들 수난…수감 아랍계 인권유린 심각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9시 03분


미국 수사 당국이 테러 관련 용의자로 체포한 700여명 중 일부가 구타당하거나 변호사 접견권을 박탈당하는 등 인권 유린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LA타임스는 15일 이들의 변호인과 인권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이민변호사협회 장 버터필드 사무총장은 테러 수사를 둘러싸고 아랍계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 데 대해 “미 정부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시시피주에서는 테러 관련 용의자로 체포돼 수감 조사를 받던 파키스탄 출신의 20세 대학생이 미국인 죄수들로부터 테러에 대한 화풀이로 발가벗겨 집단폭행을 가했지만 간수들은 모른 체 했으며 치료도 해주지 않았다고 폭로함에 따라 미 연방수사국이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위스콘신, 일리노이, 인디애나주 등지에서는 이민국 관리들이 구금자를 일주일 동안 변호인 접견을 불허하고 전화 연락도 금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이민국은 26개 카운티(군)에서 테러 관련 구금자를 잘못 취급했다고 인정했다.

켄터키주 루이스빌에서는 고국에서 경찰의 잔학행위를 피해 이민 온 아프리카 모리타니아인 40명이 테러 2주일 뒤 뚜렷한 혐의도 없이 이민법 위반혐의로 체포돼 여러 곳의 감방을 전전했다고 담당 변호사가 밝혔다. 텍사스에선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한 남성이 체포됐으나 변호사 접견 금지는 물론 침대 매트리스와 담요, 물컵도 주지 않았으며 기도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계도 빼앗겨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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