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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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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4일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이스티크랄 이슬람사원에서 가진 연설에서 “어느 국가도 다른 나라를 공격할 권리는 없으며 피를 피로써 씻으려 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메가와티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대 테러 전쟁에 동조해 온 종전의 태도를 바꾼 것으로 최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격렬한 반미 시위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1일 미국의 동시다발 테러사태 발생직후 이슬람국가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메가와티 대통령은 당시 부시 대통령을 만나 테러에 맞서는 미국에 지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2800만명의 인구 중 88%가 이슬람교도로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다. 자카르타에서는 예언자 마호메트의 승천일로 집회가 금지된 공휴일인 15일에도 이슬람방어전선을 비롯한 이슬람 과격단체 회원 수천명이 격렬한 반미 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대 테러 전쟁에 동참 의사를 밝혀온 사우디아라비아도 15일 미국의 군사행동이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시민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예프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내무장관은 현지 SPA 통신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이 현재와 같은 군사행위없이 테러범들을 축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15일 파키스탄을 방문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반미 시위가 파키스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된 이후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탈레반에 우호적인 군 정보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반미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진력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날 파키스탄 내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공습이 계속돼 민간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경우 무샤라프 대통령은 국내 이슬람교도의 봉기로 정치적인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온건 아랍국인 요르단 역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이후 반미 감정이 국내로 확산되는데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요르단과 처지가 비슷한 이집트에서도 15일 학생 등 5000여명이 격렬한 반미 시위를 벌여 정부를 난처하게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이라크는 미국 테러참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공개적으로 칭송하고 나섰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장남 오다이가 소유한 신문 ‘바빌’은 14일 칼럼을 통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시작된 직후 빈 라덴이 발표한 비디오 성명을 찬양했다. 이라크는 그동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테러범에 대한 평가는 유보해 왔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