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민간인 피해 논란…탈레반 ”최소 160명 사망” 주장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33분


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으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자 세계 각국에서 반전 시위가 잇따르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12일 미군기가 폭격한 동부 카담마을에서만 최소 16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파키스탄의 아프간 이슬람 통신(AIP)과의 회견에서 “피해자는 주로 여성과 어린이들”이라며 “이는 절대 과장이 아니고 아직도 계속 시신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잘랄라바드에서 서쪽으로 40㎞쯤 떨어져 있는 이 마을은 7일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미군의 공습목표가 됐다.

카타르 위성방송 알 자지라도 11일 “이번 보복공격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민간인들로 지금까지 모두 300여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 피해가 알려지자 파키스탄 요르단 등 이슬람권은 물론 프랑스와 같은 서구 국가에서도 반전 여론이 번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수 천명이 거리에 나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스위스에서는 40개 사회단체들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비난하고 스위스 정부의 참전을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테러와 전쟁에 반대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국제사면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과 영국은 무고한 민간인 피해와 관련해 설명해야 한다”고 밝히고 아프가니스탄 공격 시 군인들이 국제법을 위반할 경우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나빠지자 그동안 ‘최소한의 민간 피해는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해온 미국도 태도를 바꿨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무고한 주민이 희생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럼스펠드 장관은 이번 공습은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지도자들과 이들을 숨겨주고 있는 탈레반 정권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민간인을 공습목표로 삼았다는 탈레반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군의 첫날 칸다하르 공습으로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계부와 열살 난 아들이 숨졌다고 아프가니스탄 소식통이 밝혔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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