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생화학 보복 테러’ 공포 확산

  • 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50분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가담한 미국 독일 등 국가에서 생화학 무기 등을 통한 ‘보복 테러’ 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체불명의 하얀 가루가 우편으로 배달되는 사례가 미국 전역에서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2명의 탄저균 감염자가 발생, 이 가운데 한 명이 숨진 미국 플로리다주 아메리칸 미디어사(AMI) 건물에서 10일 세 번째 감염자가 발생했다. 미 보건당국이 건물 직원 1000여명 전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5세 여성이 탄저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치료를 받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테러 증거는 아직 없으며 아이오와의 한 실험실에서 탄저균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미 국무부와 포틀랜드 시청 청사, 로스앤젤레스 어바인의 한 기업 사무실에서도 10일 성분을 알 수 없는 물질이 발견돼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국무부 6층 우편물 사무실에서는 의심스러운 하얀 가루가 발견돼 한 여성이 기절하고 한 남성은 통증을 겪었다. 국무부는 냉난방 시설과 환기 시설을 즉각 폐쇄하는 한편 가루의 성분분석과 함께 배달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포틀랜드 시청 우편함에서도 10일 정체불명의 하얀 가루가 발견돼 직원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로스앤젤레스 남부 어바인의 한 사무실에서도 이날 유독물질로 보이는 흰색 가루가 발견돼 직원 수십명이 대피했다.

일부 외신은 어바인 사무실에서 발견된 흰색 가루를 조사한 결과 독성 물질인 리신(아주까리 열매에 존재하는 독성분)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상당량의 리신이 혈액이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입하면 폐와 위에 출혈이 나타나 72시간 내에 숨지기도 한다.

▼獨서도 ‘白色가루’우편물▼

독일 베를린과 헤센주 바드슈발바흐에서도 10일 유해 생화학 무기로 의심되는 하얀 가루가 든 우편 봉투가 발견돼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베를린의 소동은 장난으로 밝혀졌으나 우편물 테러 공포는 퍼지고 있다.

유엔은 10일 우편물을 통한 화학약품이나 생화학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전 직원에게 우편물 취급에 각별히 주의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미지의 발신처 소인이 찍힌 것, 중량이 부피에 비해 과도하거나 내용물이 딱딱한 경우, 포장에 기름기가 있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 외국어가 쓰여 있거나 흔히 쓰이는 단어가 잘못 표기된 경우 등 의심이 가면 개봉 전에 반드시 안전조치를 취하라는 것.

한 FBI 관계자는 10일 하원 소위원회에 출석해 수돗물에 독극물을 넣는 ‘식수 테러’ 가능성에 관해 언급하면서 안전대책 강화를 역설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