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지하드…수십년동안 너무 남용” WSJ 보도

  • 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50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맞서 오사마 빈 라덴은 이슬람 국가를 상대로 ‘지하드(성전·聖戰)’를 촉구하고 있으나 그동안 지하드가 너무 남발되는 바람에 이에 대한 호응이 크게 약화됐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0일 보도했다.

저널은 “외국인들에겐 빈 라덴의 지하드 촉구가 12억 이슬람 신도에 대한 전쟁 나팔소리처럼 들릴 수 있으나 지난 수십년간 지하드가 너무 남용돼 많은 이슬람 신도들은 이에 거의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리비아는 1995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상대로 지하드를 촉구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탈레반이 98년 이란을 상대로 지하드를 선포했을 때도 전쟁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드가 중요한 정치행동을 마지막으로 촉발했던 때는 1820년대 페르시아제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을 때. 당시 페르시아는 전쟁준비가 안 돼 있었기 때문에 결국 러시아에 코카서스를 내주고 말았다.

저널은 파키스탄에서 수천명의 시위대들이 반미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파슈툰족 출신 일부 과격파들만 거리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이슬람의 정통성을 갖고 있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터키 등은 지난 몇 년 동안 빈 라덴의 지하드 촉구를 외면해 왔다.

터키의 이슬람 지도자인 누리 오즈투르크는 “이번에 지하드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선량한 사람들을 죽인 억압자들”이라며 “그들을 위해 지하드를 전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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