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납치되면 힘을 합쳐 싸워달라" 美기장 기내방송 화제

  • 입력 2001년 9월 29일 17시 42분


미국에서 테러 참사가 발생한 지 나흘 뒤인 15일 유나이티드 항공의 덴버발 워싱턴행 여객기 기장이 승객들에게 한 기내방송이 미국에서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28일 기내 방송내용이 한 승객이 신문에 기고하면서 알려졌고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장은 비행기가 출발 준비를 갖추자 “탑승해준 여러분의 용기에 감사드린다. 공항검색이 강화된 것은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다. 비행기 문이 닫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 자신이 대처할 수밖에 없다. 총이나 폭탄은 없을 테니까 플라스틱이나 나무몽둥이, 나이프가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정했다는 룰을 설명했다.

기장은 “범인이 일어서서 ‘이 비행기는 납치됐다’고 말하면 여러분들도 모두 일어서 달라. 그리고 뭐든지 좋으니까 범인에게 던져달라. 그리고 모포를 이용해서 그들을 덮쳐 주기 바란다. 그러면 나는 가장 가까운 공항에 비행기를 착륙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납치범은 수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승객과 승무원은 200명 이상이다. 미국 헌법에는 시민은, 바로 우리들은,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는 말로 방송을 맺었다.

기내방송이 끝나자 승객들은 박수를 보냈고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있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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