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관련 각종 음모說 인터넷 확산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44분


미국의 테러 참사 이후 각종 루머와 음모설이 인터넷과 입소문을 타고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CNN 방송의 음모설. 11일 테러 발생 직후 CNN 방송이 내보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환호하는 장면은 사실은 10년 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찍은 것으로 세계인들의 반(反)아랍 정서를 유도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란 얘기다.

영국 BBC 방송이 25일 이같은 음모설을 보도하자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CNN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이에 대해 CNN은 26일 성명을 통해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며 확인 결과 브라질의 한 대학생이 장난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은 메일이 음모설의 출처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음모설은 이스라엘이 테러에 개입됐다는 것. 이와 관련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11일 뉴욕에 들르게 돼 있는 미국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거나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근무하는 유대인들이 테러 직전 모두 빌딩을 떠났다’는 등의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샤론 총리는 9월 초 러시아를 방문한 적은 있으나 방미 일정은 아예 잡혀있지 않았으며 유대인들이 테러를 피해 세계무역센터를 떠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 뉴욕타임스도 ‘아랍계 학생들이 테러 발생 전부터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거나 ‘수돗물에 독극물이 살포됐다’는 등의 이른바 ‘카더라 방송’이 e메일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25일 전했다.

이같은 루머 때문에 시민들이 별것도 아닌 것을 갖고 시도 때도 없이 신고를 해대는 바람에 당국에서는 사실 확인작업에 시간을 빼앗겨 업무에 큰 지장까지 받고 있다는 것.

영국 맨체스터 과학기술재단대학 캐리 쿠퍼 교수(심리학)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을 당하면 불안감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각종 루머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윤철기자·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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