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내부분열 유도 심리戰 나서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44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군사력을 통한 정면충돌에 앞서 각각 상대 국민을 상대로 내부 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심리전에 착수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회담후 기자회견을 갖고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게 테러 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을 응징하도록 도와줄 것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우리는 국가건설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해 미국이 탈레반 정권의 전복을 모색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 임무는 테러리스트들을 색출, 재판에 회부해 뿌리뽑는 것”이라며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의 협력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발언은 미국의 전쟁목표가 특정국가의 정권 전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인류의 공적(公敵)인 테러리스트들을 응징하려는 것임을 강조한 것.

이번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또는 이슬람과의 싸움이라는 탈레반측의 주장을 차단하고 빈 라덴과 그를 비호하는 탈레반을 상대로 한 전쟁임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부시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공격의 명분을 축적하는 한편 탈레반에 저항하고 있는 북부동맹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의 일반 국민과 탈레반내 반대 세력을 부추기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목표는 탈레반 축출이 아니라 (무고한) 사람들을 테러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탈레반의 최고지도자인 모하마드 오마르도 미국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반전론’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는 25일 파키스탄에 있는 아프간 이슬람통신(AIP)을 통해 발표한 ‘미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이번 테러는 미국의 잘못된 정책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오마르는 메시지에서 “미국은 그동안 이슬람 국가들에 대해 잔학행위를 많이 저질러 왔다”며 “미국민들은 최근의 슬픈 사건이 미 정부의 잘못되고 잔인한 정책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민들에 대해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지지하지 말고 잘못되고 잔학한 정책들을 신중히 재검토하도록 촉구하라고 권했다. 이는 미국이 잘못된 정책으로 유발된 테러를 다시 폭력으로 되갚으려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

오마르는 또 미국이 테러 사건의 유력한 배후인물로 지목하고 있는 빈 라덴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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