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음모 사전에 왜 몰랐나”…CIA-FBI 청문회 선다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40분


11일 발생한 미증유의 테러사건 배후 조사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미국의 주요 정보기관들이 테러리스트들의 음모를 왜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는지에 관해 별도조사를 받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17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이 이번 테러 사건을 사전에 왜 예견하지 못했는지를 가리기 위한 청문회를 곧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셸비 정보위 부위원장은 “그처럼 파괴적인 공격이 다가오고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단서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데 대해 많은 미국인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청문회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미 언론도 이번에 뉴욕과 워싱턴에서 동시다발 연쇄테러를 일으킨 범인들이 미국 내에서 항공학교를 다니는 등 수년간 범행을 준비해 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커다란 구멍’이 뚫린 미국의 허술한 정보수집망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USA투데이지는 18일 로버트 멀러 FBI 국장이 “사전에 아무런 경고도 없었다”고 말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번 테러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은 정보당국의 가장 큰 실책으로 현대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이 지난주 말 CNN방송 및 갤럽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9%는 CIA의 책임을, 52%는 FBI의 책임을 지적했다.

또 같은 시기에 실시된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의 여론 조사에서도 ‘이번 사건은 정보수집망의 붕괴를 보여준 것’이라는 응답이 47%나 나왔다.심지어 미국은 테러 사건의 배후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군사보복을 준비하고 있으나 빈 라덴의 소재와 그의 테러 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파키스탄 등 외국의 정보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이 엄청난 인명 손실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반격에 나서지 못하는 데는 이 같은 정보 부재가 큰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수습되면 정보기관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과 대대적인 조직정비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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