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오마르 겹 장인-사위 관계…딸 서로 아내로 맞아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52분


미국 테러 참사를 배후 조종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를 비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최고지도자이자 종교지도자인 모하마드 오마르는 어떤 사이일까.

오마르는 1979년 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침략군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할 당시 반군을 돕기 위해 달려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청년 재벌 빈 라덴과 만나 돈독한 동지애를 쌓아왔다.

이슬람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던 오마르는 반소련 투쟁 과정에서 크게 두각을 보여 부사령관의 지위까지 올랐으며 소련이 89년 물러난 뒤 90년대 중반 아프가니스탄을 완전 장악했다.

이때 오마르는 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방된 빈 라덴을 받아들여 안가(安家)를 마련해주는 등 귀빈으로 대접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빈 라덴은 오마르에게 대저택을 지어주는 등 두 사람의 교분은 더욱 두터워졌다.

이들은 나아가 종교적 동질성과 반소련 투쟁 경험을 공유한 ‘동지’를 넘어 가족관계로 발전했다고 AFP 통신이 17일 전했다.

이 통신은 빈 라덴에 관한 책을 쓴 요세프 보단스키의 말을 인용해 “오마르가 98년 빈 라덴의 장녀를 부인으로 맞아 두 사람이 가족이 됐다”고 전했다.

그 뒤 빈 라덴 자신도 4번째 부인을 맞았는데 일각에서는 이 부인이 오마르의 딸이라고 전하고 있다는 것. 이게 사실이라면 빈 라덴과 오마르는 서로 장인이면서 사위인 상당히 이상한 관계인 셈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 정도이니 아무리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대규모 군사공격 위협을 가하며 빈 라덴의 인도를 요구하더라도 오마르가 이에 쉽게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마르가 언제까지이 같은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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