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 한인까지 야스쿠니에 합사…일제징용 귀국자 전사처리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43분


일제강점기때 징용에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한국인까지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合祀)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공동대표 이종진)는 31일 “1942년 뉴기니로 징용됐다가 해방된 뒤 귀국한 이기두(李箕斗·99년 사망)씨가 전사한 것으로 처리돼 1959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사실을 93년 일본 정부가 보내온 ‘해군 군속에 관한 신상조사표’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큰아들 담태(談泰·50·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씨는 “강제 징용된 부친이 일본군대에 입대하자 부대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양쪽 귀를 잘랐다고 늘 말씀하셨다”며 “해방 후 고향인 전남 나주로 돌아온 부친은 99년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기까지 정정하셨다”고 회고했다.

협의회 김은식(金銀植) 사무국장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한국인 중 이씨와 같은 사례가 더 있을 것”이라며 “살아 있는 사람을 제사 지내는 야스쿠니신사측의 공개사과와 위패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측은 최근 일본 정부를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제출한 한국인 대표 55명의 위패반환소송에 이씨의 위패반환소송도 함께 포함시킬 방침이다.

야스쿠니신사에는 2차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징용 징병으로 끌려갔다가 전사한 한국인 2만1181명이 합사돼 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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