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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30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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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4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로 플러스를 유지한 것으로 29일 발표되자 클리블랜드에 있는 경제연구소 클리어뷰 이코노믹스의 켄 메이랜드 대표는 이렇게 평가했다.
퍼스트 유니언의 이코노미스트 마크 비트너도 “만일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왔더라면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훨씬 커졌을 것”이라면서 “플러스 성장률 덕분에 ‘경제가 숲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인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인데다 당초 성장률 추정치 0.7%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마이너스가 아닌 만큼 ‘경제침체의 시작’은 아니라는 의미다.
경제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아직 나오지 않는다. 2·4분기 중 ‘가장 큰 위험은 피했다’는 정도다. 경제호황 때 가장 큰 원동력 노릇을 하는 기업투자의 경우 이 기간중 무려 14.6%나 감소했다. 이는 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 매출이 감소하고 시장이 불투명해지니 기업들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 그 중 컴퓨터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15.1% 감소했고 공장과 사무실빌딩 투자는 13.4% 감소했다.
전문가들이 2·4분기 경제성적표에서 찾아낸 ‘경제회복의 불씨’는 재고감소와 소비증가세. 이 기간중 기업의 재고감소는 정부 전망치를 훨씬 웃도는 384억달러나 됐는데 이는 18년 만에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재고가 큰폭 줄었기 때문에 기업은 새로운 공급을 하기 위해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3·4분기(7∼9월)중엔 이보다는 적지만 재고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잡아끄는 힘은 소비자들에게서 나오고 있으며 2·4분기 중 특히 그랬다. 민간소비는 당초 전망치 2.1%보다 높은 2.5%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들어 일곱차례에 걸쳐 단기연방기금금리를 모두 3%포인트 인하하고 세금을 깎아주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뉴욕타임스는 30일 “소비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미국은 경기둔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재고를 충분히 줄인 기업들이 생산에 더 치중하면 내년 초까지는 경제회복의 조짐이 확연히 나타날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경제는 당국이 또다른 시장조치를 내놓아야 할 정도로 여전히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