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촉통총리, 젊은세대의 안일한 생활태도 경고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49분


“방심하면 언제 뒤질지 모릅니다.”

고촉통(吳作棟·사진) 싱가포르 총리가 일부 국민의 안일한 생활 태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고 총리는 26일 저녁 독립 36주년(독립기념일은 9일) 관련 행사에 참석해 최근의 경기침체를 언급하며 “많은 국민, 특히 젊은 세대는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경제성장과 높은 생활수준만 경험해온 까닭에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싱가포르인은 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든 앞 세대의 자력갱생정신을 다시 확립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경제 경쟁에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 총리는 특히 “거대한 신흥산업국인 중국에 대처하려면 국가의 기존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중국에 앞서려면 10년 이내에 경제 구조조정을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총리의 이 같은 지적은 최근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허덕이면서 무역에 의존해온 싱가포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가 10일 발표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에 비해 -0.9%를 기록했다. 당초 예상했던 -0.8%보다 더 나빴다. 지난해 4·4분기의 GDP 성장률은 11%에 달했었다. 산업의 핵심인 전자 부문 매출은 2·4분기 들어 전 분기에 비해 19%나 줄었다. 인접한 강대국인 중국의 급성장도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경제적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정부기관의 효율성이 높고 각종 경제 기반도 튼튼해 고 총리의 이날 위기 경고 발언은 국민에게 자극을 주려는 ‘내부 단속용’으로 보인다. 국민의 인기를 얻으려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위기를 다소 과장하는 일이 될지라도 국민의 각성을 촉구한 것이다.

통상산업부는 이달 초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개선돼 홍콩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중국경제권이 형성되면 싱가포르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가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는 등 중국의 위협에 따른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는 “경기 침체 국면은 이제 거의 바닥에 이르렀다”면서 “올해 GDP 1.5% 성장 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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