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교류-경협 빙하기…對韓투자액 작년의 절반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33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양국 간의 민간교류는 물론 경제교류와 협력까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오랫동안 공들여온 양국 간의 교류와 협력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일부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민간교류 ‘올스톱’〓한국에서 반일(反日) 감정이 고조되자 가장 먼저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 민간교류 및 관광 부문. 1998년 한일관계의 화해무드를 타고 양국의 각급 학교와 청소년 및 시민단체들이 자매결연 등 제휴를 맺고 상호 방문을 시작했으나 관계가 악화되자 한국측이 일본측과의 교류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양측 교류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는가 하면 일본 학생들의 한국 수학여행 계획도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등의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방한을 취소한 일본 학교와 단체는 102개(참가 예정자 3977명)에 이른다. 또 16개 단체의 2229명이 방한 취소를 검토하거나 방한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방문지를 중국으로 변경하고 있다.

이달 중 부산의 한 중학교와 학생 상호교류를 할 예정이었던 아이치(愛知)현 오카자키(岡崎)시 야하기키타(矢作北)중학교의 시바타 다카오(柴田隆夫) 교장은 “학생들이 한국방문을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 지난달 갑자기 보류통보가 와서 모두들 실망했다”며 “정치 차원의 외교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민간차원의 교류는 계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인의 한국 방문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은 몇 년 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11∼16%)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올 들어 7월 말까지는 한 자릿수 증가(5.2%)에 머물렀다.

▽속 태우는 경제협력〓국내의 경기 불안으로 한국 업체들은 일본에서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일본의 대한(對韓) 투자는 오히려 급격히 줄고 있다. 올 들어 1∼5월 일본의 대한 투자는 총 3억71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45.8%) 감소했다. 주일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했겠지만 한일관계 악화 때문에 투자가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도쿄무역관 관계자도 “작년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들이 대한 투자에 상당히 우호적이었지만 올 들어 냉각되기 시작했다”며 “최근엔 기계부품업체 두 곳이 한국에 공장을 세우려다 반일감정 등을 이유로 투자를 보류했다”고 말했다.

대일 수출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의 대일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나 감소했다. 대규모 바이어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 권영욱(權寧旭) 지부장은 “11월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광학전 등 각종 국제전시회에 바이어와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지만 유치작업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