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독립운동가 "대통령보다 사진작가로"

  • 입력 2001년 8월 22일 00시 00분


동티모르의 건국 대통령이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독립영웅 사나나 구스마오가 대통령 대신 사진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3월 민족저항협의회(CNRT) 의장직을 사임하면서 대통령 출마 의사가 없다고 천명한 데 이어 20일에도 외신기자와 만나 “정치인보다는 사진작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스마오씨는 이달 초 수도 딜리에서 제헌의회 구성을 위해 정당들이 모여 비폭력 및 국가통합을 다짐하는 협정에 서명할 때도 인파를 헤치고 다니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주변에 경호원들이 따라붙은 것말고는 특종을 낚으려고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일반 사진기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 ‘진짜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구스마오씨는 또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과거 신생국가에서 자유투사들이 독립 후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혼란에 빠진 사례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 불출마 의사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구스마오씨가 내년 초로 예상되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 동티모르 국민은 거의 없다.

그는 최근 친(親)인도네시아계 민병대 지도자들과 만나 동티모르 건국 과정에 협력할 것을 호소해 상당한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다.

정치 전문가들은 구스마오씨가 30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중립을 선언해 선거 과열을 방지하는 한편 국민의 압도적 추대로 권력을 잡는 순서를 밟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치 불참 의사를 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도행정기구 외무장관이며 구스마오씨와 절친한 친구인 주제 라모스 오르타는 “그는 대통령직을 원하지 않지만 집권은 동티모르 국민에 대한 책임이며 그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결국엔 그가 대선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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