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대주주 구속 외신 반응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22분


세계 주요국 언론들은 18일 한국 언론사 사주 3명의 구속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정치 세력 및 언론계 내부가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욱 격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일본 언론은 과거 정권의 언론탄압 사례까지 자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마이니치신문은 1면 머리기사와 3면 대형 해설기사 등을 통해 이번 수사 내용과 함께 과거 정권의 언론탄압 역사를 다뤘다. 특히 전두환(全斗煥) 정권하인 80년 11월에 실시된 언론통폐합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한국 역대 정권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세무조사 등으로 견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언론사 탈세 의혹은 한국 정국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며 “TV방송사와 일부 신문사는 세무조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사주 구속 언론사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언론사 내부도 갈라져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1면 중간머리기사에서 “이번 세무조사로 인해 유력지와 김대중(金大中) 정권간의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특히 “김대중정권이 왜 정권 발족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정권 말기인 지금에야 세무조사를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며 “세무조사 결과 전 언론사가 탈세혐의가 있었다고 발표해 놓고 방송 등 일부 언론사가 제외된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시각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서울발 기사를 통해 “검찰의 언론 사주 구속으로 인해 ‘정부 여당’과 ‘야당 언론’의 대립 구조가 정점에 달했다”며 “내년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18일 한국 최대 신문사들의 사주 2명 등 3명이 탈세와 횡령 혐의로 17일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거대 언론사들은 김 대통령이 남북화해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사주들을 구속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와 언론의 전쟁은 97년 대선에서 김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가 다시 출마할 내년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더 격렬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CNN방송은 18일 주요 언론사에 대한 탈세 수사와 사주 3명의 구속은 최근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정부의 (세무조사) 진의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17일 법원의 영장 발부에 따라 신문사주 3명이 구속됐다며 이번 세무조사로 정부가 비판적인 신문들을 겨냥, 언론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종훈기자·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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