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지스함 TMD탑재 파장]군비경쟁 촉발 우려

  • 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23분


미국 해군의 이지스함대 훈련
미국 해군의 이지스함대 훈련
일본 해상자위대가 새로 건조하는 이지스 호위함에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 기능을 탑재하기로 함에 따라 파문이 예상된다. 이는 주로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것이어서 이들 국가로부터 큰 반발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확대되는 일본 군사력〓일본은 지난해 12월 ‘신중기 방위력정비계획’(2001∼2005년)을 확정하고 5년간 약 25조1600억엔(약 260조원)을 들여 각종 전투 장비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등 군사력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특히 2008년과 2009년에 퇴역하는 해상자위대 이지스 호위함 2척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 이지스함을 건조하기로 했다. 새 이지스함은 기준 배수량을 2배로 늘린 1만3000t급으로 건조비가 척당 1000억엔이 넘고 55명 이상 탑승 가능한 초대형 헬리콥터 MH53E 4대를 동시에 이착륙시킬 수 있어 사실상 ‘경(輕)항공모함’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은 이에 앞서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자 즉각 미국과 TMD 공동 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주둔 미군과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TMD를 추진하는 미국과 특히 중국과 북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 특히 일본은 TMD 기술 중 탄두 부분에 대한 연구 등을 맡아 독자적으로 최첨단 군사기술을 개발하는 자립 연구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지스함 성능 대폭 향상〓일본이 새로 건조할 예정인 이지스함은 북한 대포동 발사를 탐지했던 이지스함 ‘묘코’ 등 기존 이지스함보다 성능이 크게 개선된다.

새 이지스함은 TMD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해상배치형 상층시스템(NTWD)기능을 탑재, 우주 공간에서도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또 항공기나 다른 선박과 고속으로 전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공동교전능력(CEC)을 가진 소프트웨어도 설치된다.

신형 이지스함에 NTWD와 CEC소프트웨어가 탑재되면 미군은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의 움직임을 탐지, 요격미사일 발사를 지시할 수도 있게 된다고 일본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 때문에 미국 본토를 노린 적대국의 탄도미사일을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요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저촉된다는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도쿄신문도 “TMD 도입을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지스함에 TMD기능을 탑재하는 것은 지나친 군비 강화”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북한의 반발 불가피〓일본은 그동안 중국 등의 반발을 우려해 미국과의 TMD 공동연구에는 참여하되 실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 자세를 취해 왔다.

중국은 TMD는 미국 군사력 확장과 일본 군국주의의 표출이라며 반대해왔다.

특히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을 위해 신형 이지스함을 나가사키(長崎) 등 일본 서쪽에 배치할 예정이어서 두 나라의 반발은 물론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군비 경쟁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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