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만년전에 인류 살았다" 에티오피아서 유골 발견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29분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초기 인류보다 약 100만년 가량 앞선 것으로 보이는 인류의 유골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의 요하네스 하일리 실레시 교수는 과학잡지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에티오피아 사막에서 인류와 유사하게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의 치아와 뼈를 발굴했다”며 “연대 측정을 한 결과 520만년에서 58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초기 인류의 유골(약 440만년 전)보다 약 100만년이 앞선 것이다.

유골이 발굴된 곳은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북동쪽으로 225㎞ 떨어진 사막 지역으로 약 5명분의 유골이 나왔다. 유골은 턱뼈, 치아, 쇄골을 비롯해 손 발 및 팔뼈 등으로 다양했지만 중요한 부분인 두개골은 없어 이들의 생김새를 추정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발굴팀은 밝혔다.

발굴된 턱뼈의 크기는 침팬지 턱뼈와 비슷했지만 어금니 부분이 크게 발달해 있어 이들이 과일과 나뭇잎 등 섬유질 음식을 많이 섭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발굴 지역은 유골의 주인공이 살았던 시기에는 삼림지역이었다가 이후 화산 폭발로 인해 사막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굴팀은 설명했다.

삼림지역에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직립보행 인류가 살았다는 발굴 조사의 결과는 삼림이 건조화되는 시기에 인류가 유인원에서 진화됐고 이 때부터 직립보행 인류가 등장했다는 기존의 통설과 배치되는 것이다.

현재 고고학계에서는 약 500만∼800만년 전에 인류와 침팬지가 같은 조상에서 분화됐고 인류가 등장한 이후부터 직립보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레시 교수는 “유골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류의 조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버나드 우드 미 조지워싱턴대 인류학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유골이 인류의 것인지, 또 이들의 서식지가 삼림지역이었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발굴의 학문적인 의미는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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