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나이스비트 "인터넷이용 '1인기업' 번창할것"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43분


“지나치게 재벌에 집중돼 있던 한국의 경제구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한국에 새로운 기업과 기업가정신이 싹트고 있다.”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강연을 마친 뒤 본사 고승철 경제부장과 단독대담을 갖고 “한국이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은 바람직하고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나이스비트는 “경제의 세계화 현상이 가속화할수록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특히 인터넷을 이용해서 전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는 ‘1인 기업’이 번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이스비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미래는 밝으며 첨단기술(하이테크)이 발전할수록 종교 문화 예술도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의 미래는 낙관하면서 유럽의 미래는 비관적으로 전망해왔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유럽의 미래가 비관적인 이유는 기업경쟁력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지나친 복지제도, 기업가에 대해 적대적인 사회분위기,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은 규제를 푸는 등 기업활동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한국인은 근면하고 활력이 넘친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

“한국은 일본과의 과거사 때문에 중국에 기운 듯하다. 중국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는 무척 중요하다. 일본 경제는 점점 더 침체할 것이다.”

-앞으로 시대를 이끌어 나갈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무엇인가.

“경제의 세계화와 유전공학의 발달이다. 세계경제는 자연이 가진 것과 비슷한 스스로의 조정능력을 갖고 있다. 당분간 경제논리가 정치적 고려를 우선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유전공학(GT·Genetic Technology)은 정보기술(IT)보다 인류생활에 훨씬 더 근원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기술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서 사회의 적응은 늦어지고 이로 인해 많은 낙오자가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첨단기술이 발전하면 종교 문화 예술 등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 최근 한국 대학에서는 인문대학 지원자가 줄어드는 등 인문학의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첨단기술은 하이터치(High Touch)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하이터치란 시(詩)와 음악, 가족과 지역사회 등 우리가 인간임을 축복하는 방식이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종교 등 기댈 수 있는 것을 강하게 갈구하고 자기성찰을 강화한다. 한국 대학들도 머지않아 하이터치의 부족을 느끼고 스스로 변화를 통해 균형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초등 중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모든 교실에 PC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교실에는 시와 음악도 필요하다.”

-하이테크 시대에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첨단기술이 발전할수록 감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기업경쟁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폴크스바겐의 ‘뉴비틀’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자동차기술에 향수를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애플의 ‘iMac’컴퓨터는 1950년대 TV와 비슷한 겉모습에 가족 모두가 함께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브랜드인 ‘스와치’는 첨단기술만으로는 일본제품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없었지만 예술적인 디자인과 한정판매를 통해 성공했다. 이제 기업의 성공은 (개개인의 감성과 욕구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개인화’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양립할 수 있는가.

“양립할 수 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귀하는 여러 저서에서 우리 시대를 이끌어 나갈 주요한 트렌드들을 정확히 예측했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비결은 무엇인가.

“호기심이다. 나는 미국 유타주 작은 시골마을의 사탕무 농장에서 성장했다. 바깥 세상이 보고 싶어 해병대에 자원했고 군에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세상이 매혹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정리〓천광암기자>iam@donga.com

대담=고승철 경제부장

▼존 나이스비트는 누구인가▼

‘메가트렌드(Megatrends)’ ‘글로벌 패러독스(Global Paradox)’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미래학자. 메가트렌드는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2년간 올랐으며 전세계적으로 800만권 이상이 팔렸다. IBM과 이스트만코닥 등 다국적기업의 임원으로 일하는 등 40여년간 기업에서 활동했고 미국 린든 존슨 정부에서 대통령 특별고문직을 맡은 적도 있다. 인문학과 과학 분야에 12개의 명예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그는 하버드대 등의 방문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