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개혁 채찍질 충성파 거물 해임

  • 입력 2001년 5월 31일 18시 37분


'렘 뱌하래프, 알렉세이 밀레르, 푸틴(왼쪽부터)'
'렘 뱌하래프, 알렉세이 밀레르, 푸틴(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영기업 개혁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30일 세계 최대의 가스업체인 가스프롬은 이사회를 열고 렘 뱌히레프 사장(66)을 전격 해임하고 알렉세이 밀레르 에너지부 차관(39)을 사장에 선임했다.

뱌히레프 전사장은 1992년 사장이 된 이후 국영기업을 마치 자신의 개인 기업인양 경영하며 황제처럼 군림해 오던 인물. 그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고 최근엔 정부에 비판적이던 민영 NTV의 경영권을 뺏는 등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을 바쳐 왔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그를 해임한 것은 혁명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가스프롬이 방만하고도 불투명한 경영으로 경제개혁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 왔지만 그동안 대통령마저도 손을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스프롬이 러시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경영진 교체가 몰고 온 파장은 엄청나다. 자산 80억달러(약 10조4000억원)에 직원이 36만명인 가스프롬은 세계 가스물량의 4분의 1을 생산한다. 또 러시아 전체 경제에서 8%의 비중을 차지하며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의 25%가 가스프롬에서 나온다.

사장 교체 후 주식시장에서 가스프롬의 주가는 5.4%나 뛰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푸틴 정부의 개혁의지가 확인됐다”며 놀라움과 환영을 나타내고 있다. 보리스 넴초프 우파연합 당수는 “푸틴 대통령이 어렵지만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은 가스프롬에 이어 철도와 전기 부문으로 개혁 바람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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