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5월 22일 18시 4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중남미 5개국 순방에 나선 천 총통은 21일 오후 톈훙마오(田弘茂) 외교부장 등 공식수행원 및 보도진과 함께 뉴욕에 도착해 2박3일간의 미국체류 일정을 시작했다. 천 총통은 도착 직후 프랭크 머코스키 의원(공화) 등 미 의원 20여명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했다.
1979년 미국이 대만과 공식관계를 단절한 이후 대만 지도자가 미국 땅에서 미 의회 인사들과 접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천 총통은 22일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조찬, 의회지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뒤 오후에 뉴욕 증시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그는 23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엘살바도르로 떠난다. 그는 중남미 순방을 마친 뒤 귀국 길에 휴스턴에도 들를 예정이다.
천 총통의 활발한 미국 내 활동은 지난해 8월 중미 순방길에 경유지로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을 때 미 정부가 그의 행동반경을 호텔로 제한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천 총통의 미국 경유는 여행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천 총통은 전에도 미국을 경유한 일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일이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미국 내 8개 도시를 순회 방문 중인 달라이 라마가 23일 백악관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메리 앨런 컨트리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저명한 종교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회동에서는 중국과 달라이 라마간의 대화에 관한 미국의 희망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22일 국무부를 방문해 콜린 파월 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 폴라 도브리안스키 티베트 담당 차관보 등을 만난다.
그는 지난해 7월에도 워싱턴을 방문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을 만났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이 비공식 접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주방짜오(朱邦造)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천 총통의 방미는 미국이 약속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중미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모든 결과에 대해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대변인은 “천 총통의 미국 방문 허용은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 등 중국과 합의한 3개 코뮈니케를 준수할 것을 엄중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주 대변인은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는 “그는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며 장기간 중국의 분열을 위해 활동해온 인물”이라며 “중국은 이미 미국에 여러 차례 이를 주지시켜 온 만큼 어떤 명분으로도 (미 고위층과의 면담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베이징〓한기흥·이종환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