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이즈미 급부상…지방선거 '바꿔열풍' 차기총리 유력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54분


《사전 의견조정을 통한 밀실 정치와 파벌소속 의원 수에 따른 권력 분배로 잘 알려진 일본 자민당의 체질이 붕괴될 것인가. 일본 언론매체는 22일 소수파에 속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전 후생상이 당내 최대파벌 회장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전총리를 당당하게 제치고 총재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정치판에서 보기 힘든 극적인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지방에서 불어온 ‘바꿔’강풍이 중앙정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방예비선거 돌풍〓고이즈미 돌풍의 핵심은 지방예비선거에서의 독주다. 그는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에 3표씩이 걸린 총 141표 중 최소 과반수, 최대 90표만 확보해도 본선 투표에서 하시모토 후보와 겨뤄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지방 당원 대표의 141표와 중, 참 양의원 346표를 합친 487표 중 과반수(244표)를 얻으면 총재에 당선된다. 그가 의회에서 획득할 것으로 보이는 지지표는 97표인 데 비해 하시모토 후보 지지 성향 표는 145표로 지방에서 과반수를 확보해도 결과는 낙관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자 지방 예비선거의 고이즈미 후보에 대한 지지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는 22일 오후 8시 현재 22개 현 중 19개현에서 압승해 56표를 확보했다. 이는 일반 당원이 자민당의 현실안주 체질에 반기를 들고 개혁과 탈파벌의 기치를 든 고이즈미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결과다.

▽본선 예상〓고이즈미 후보는 지방에서 100표 이상 얻을 것으로 보여 중, 참 양의원 지지표 97표를 합치면 200표 가까운 지지를 획득한다. 물론 후보가 4명인 만큼 과반수 획득에는 실패해도 24일 본선 1차 투표에서 하시모토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고이즈미 후보가 그려왔지만 일반인에게는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꿈의 시나리오’다. 본선 1차에서 고이즈미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 관망중이던 군소파벌과 무파벌 의원이 가세할 것으로 예상돼 고이즈미 후보는 총재직을 향해 바짝 다가서게 된다.

▽하시모토 사퇴 가능〓하시모토 후보는 본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결선투표 참가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총리 경험자로서 더 이상 창피당하는 일을 피하고 싶을 것이며 주변에서도 모양새를 생각해 사퇴를 권유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 78년과 82년 선거에서 본선 2위 후보는 결선투표를 포기했다. 하시모토 후보가 결선투표에 나서지 않으면 고이즈미 후보는 단독후보로 총재가 되며 26일에 총리로 취임한다.

하시모토 후보는 끝까지 고이즈미 후보와 싸우다 패배하면 당내 최대파벌이 비주류로 전락하는 사태가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시모토파의 실력자인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전간사장은 21일 “이미 흐름은 결정됐다”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하시모토파는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고이즈미 총리 체제 아래 파벌의 영향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후보가 속한 에토 가메이파(55표)가 본선 1차 투표에서는 가메이 후보에게 투표하지만 결선투표 때는 1차 투표시 1위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점도 하시모토 후보에게 사퇴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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