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노예들이 바다를 떠돌고 있다

  • 입력 2001년 4월 16일 16시 06분


200명 가량의 아프리카 어린이 노동자를 태운 선박이 해상에서 실종돼 일부 지역의 어린이 노동력 착취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들 어린이는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 중남미 일대의 빈국 출신으로 헐값에 공장이나 농장 등으로 팔려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베냉 정부에 따르면 문제의 선박은 3주전 베냉 코투누항에서 어린이들을 태우고 가봉과 카메룬에 입항하려다 허가를 받지 못해 약 2000㎞를 떠돈 뒤 14일 오후 다시 코투누항으로 귀항할 예정이었다.

라마투 바바 무사 베냉 사회보호장관은 15일 "12일 카메룬을 떠난 이 선박에 몇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지금까지 응답이 없다" 고 밝혔다.

베냉 정부는 이 선박의 운항권을 가지고 있는 가봉의 사업가 스테네슬라스 아바탄과 베냉에 있는 두명의 공범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인터폴도 아바탄과 선원 체포에 나섰다.

당국은 문제의 선박이 조난을 당했기 보다는 체포될 것이 두려워 해상을 떠돌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배는 위생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식량과 식수마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어린이들의 건강이 상당히 악화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선박의 귀항에 대비해 코투누에 대책센터와 의료 및 위생 시설을 마련하고 어린이 구조 활동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유니세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냉 토고 등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현대판 노예상 들은 이 지역의 가난한 부모들로부터 9∼12세 가량의 어린이들을 약 14달러(약 1만8000원)에 사들여 상대적으로 부유한 가봉이나 아이보리코스트 등지로 팔아 넘기고 있다. 팔려간 어린이들은 코코아 농장이나 커피 농장에서 하루 12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리며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지의 개발도상국가에서 5∼14세의 어린이 약 250만명이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61%가 아시아 어린이이고 32%는 아프리카, 7%는 중남미 어린이들이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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