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승무원 귀국 이모저모]장주석 '원격 조정'으로 해결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29분


중국 하이난(海南)섬에서 12일간의 억류생활 후 12일 오후 미국령 괌에 도착한 미 정찰기 승무원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쁨을 참지 못해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이었다.

칼 구티에레즈 괌 주지사는 "초록색 항공자켓을 입은 승무원들은 건강하고 절도있는 모습으로 비행기에서 걸어나와 기다리던 나와 톰 펠린 제독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며 "'미국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말하자 그들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손을 잡았다"고 전했다.

악수를 끝낸 24명의 승무원들은 괌 주지사가 선물하는 T셔츠 등 기념품 꾸러미를 받은 뒤 3대의 버스에 분승해 숙소로 이동했고 하와이로 떠나기에 앞서 가족들과 통화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1일 정찰기 승무원 귀환 소식을 접한 뒤 "숙련된 외교정책팀이 중국과의 교착상태가 위기로 비화하는 사태를 막아냈다"면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외교팀을 칭찬했다고 한 고위관리가 전했다.

크레이그 퀴글리 국방부 대변인은 "사고 이후 정찰기 운항을 중단하라는 베이징(北京)의 요구를 거부했다"면서 중국 연안에 대한 정찰비행을 계속할 방침을 시사. 퀴글리 대변인은 그러나 EP3 정찰기가 언제쯤 정찰활동을 재개할 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 승무원의 석방 문제는 남미를 순방 중인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철저한 '원격 조종'으로 해결됐으며 강경 처리 입장을 고수해 온 군부는 장 주석의 방침을 지지해 달라는 당중앙의 요구에 따랐다고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가 12일 보도했다.

명보는 11일 속개된 12차 회담에서 "'미국이 승무원을 송환해주고 사고 원인을 조사한 뒤 사과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사건 해결의 가닥을 잡게 했다"면서 "장 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에 전권을 위임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상 장주석이 모든 걸 원격조종 했다"고 논평.

한편 미 승무원들이 머물렀던 하이커우(海口)의 군숙소 밖에서는 송환 결정에 분노한 하이난섬 주민들이 몰려들어 미국의 패권주의와 중국 정부의 비겁함을 비난하는 반미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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