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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1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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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9일 밤 양지에치 중국대사의 부임 축하 리셉션을 개최했으나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리셉션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일찌감치 예정됐던 것으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 행정부와 의회, 기업 등의 전현직 주요 인사들이 다른 외교사절들과 함께 초청을 받았다. 그러나 리셉션장에는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리셉션에 참석했던 한 외교관은 10일 "워싱턴에선 자주 열리는 통상적인 사교행사였는 데도 미국측 인사들이 보이지 않았다"며 "미국이 이번 사건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내기 위해 한꺼번에 리셉션 참석을 거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이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파월 장관은 미국 관리들이 중국측 리셉션에 참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며 "우리는 다른 기관에도 이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앞으로 유사한 행사에 미국측이 참석할 것인 지는 사안별로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 정찰기 승무원들의 송환을 촉진할만한 기회가 있는 경우엔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중국의 올림픽 개최 유치와 관련해서도 양국은 미묘한 신경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중국 베이징(北京)을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최근 일부 미 의원들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
양 중국대사 명의로 2일 발송된 이 서한은 "올림픽 개최지 결정은 전적으로 IOC의 권한으로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이에 관해 영향을 미칠 권한은 없다"며 "중국의 올림픽 유치에 반대하는 미 의회의 결의안은 IOC의 사무와 고유권한을 간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대사는 또 "중국의 올림픽 유치를 저지하려는 모든 시도는 보편적인 인권에 관한 도전으로 중국인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존 켈리 미 상원의원은 정찰기사건으로 미 중간에 외교적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같은 서한을 보낸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억류된 승무원 가족들의 심정을 고려치 않은 것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번 사건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신경전 수준을 넘어 양국의 상호 반감과 불신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