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후협약 탈퇴]日·EU등 반발 외교문제 비화조짐

  • 입력 2001년 3월 30일 10시 01분


미국의 '교토(京都)기후협약' 탈퇴 방침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반발,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마고 월스트롬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2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정부의 결정은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라며 "이것은 무시하거나 가볍게 다룰 사소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국제관계와 무역, 경제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며 "EU 대표단과 함께 미국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미니크 부아네 프랑스 환경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결정은 매우 도발적이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마이클 미처 영국 환경장관도 "기후 변화는 금세기 인류가 맞고 있는 가장 위험하고 두려운 도전"이라며 미국이 교토협약에서 탈퇴하면 유럽과의 관계가 손상될 것임을 경고했다.

얀 프롱크 네덜란드 환경장관은 이날 교토기후협약을 구하기 위해 예정에 없이 워싱턴으로 출발했으며 미국을 방문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EU의 입방을 재차 강조했다.

유럽 각국의 환경 각료들은 이산화탄소 세계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국내 경제사정을 이유로 교토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100개국 이상이 수년간 노력해 마련한 교토협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마이클 미처 영국 환경장관은 "우리는 미국과 유럽, 전세계의 외교정책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가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날 슈뢰더 독일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미국 경제를 더욱 약화시키고 에너지 부족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국민이며 우리는 우리 경제에 해가 되는것은 결코 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이를 우방에 설명할 것이며 강한 미국 경제는 그들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토드 위트먼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이날 몬트리올에서 열린 환경장관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교토협약 탈퇴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은 기후변화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시장에 기초한 해결책 도출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의 교토협약 탈퇴방침에 대한 반발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무역분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백악관에 항의메일 보내기와 엑슨과 텍사코, 셰브론 등의 주유소에서 피켓시위 하기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유럽의회에서 녹색당 등은 미국 석유회사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을 제안했고 존 거머 전 영국 환경장관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호르몬을 사용한 (미국산) 쇠고기와 유전자변형식품 등에 대해 협상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뤼셀·파리·워싱턴=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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