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20대여자 이소년과 채팅해 "만나자"유혹 무참히 살해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46분


“팔레스타인 어머니들이 당한 고통을 이스라엘 어머니에게 안겨주고 싶었다.”

팔레스타인 처녀가 이스라엘인에 대한 증오 때문에 이스라엘 소년을 인터넷 채팅으로 유혹해 살해하게 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뉴스위크지는 최신호(4월2일자)에서 이스라엘 소년 이피르 라훔(16)을 죽음으로 이끈 팔레스타인 처녀 알리아스 살리(25)의 스토리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라훔은 채팅을 하다 살리를 알게 됐다. 매일 밤 채팅과 메일을 끊임없이 주고받던 두 사람은 스스럼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건넬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다. 그리고 1월 16일 예루살렘 시내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라훔은 살리를 만나기 전날 친구에게 흥분한 목소리로 “내일 내가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행복한 일이 있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난생 처음으로 면도까지 한 라훔은 다음날 예루살렘 시내에서 갈색 눈을 지닌 169cm의 늘씬한 미녀 살리를 만났다. 살리는 친구 집이 비어있다며 그를 요르단강 서안으로 유혹했다.

그 곳에는 두 명의 팔레스타인 민병대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라훔은 차에서 끌어내려졌으며 다음날 온몸에 총탄세례를 받은 시체로 발견됐다.

이스라엘 경찰은 라훔의 메일을 조사하던 중 대부분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라말라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 발신된 사실을 확인해 추적 끝에 살리를 검거했다.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민병대 ‘파타’ 소속인 살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 카페에서 희생자를 찾기 위해 이스라엘 남자들과 채팅을 해오다 라훔을 범행대상으로 점찍었다는 것.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기자로 일하고 있는 살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당한 고통을 알리기 위해 라훔을 유괴했다”고 털어놓았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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