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호가 남긴 기록]1500번 고장 연유지비 3200억원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0분


23일 폐기되는 최초의 우주정거장 미르호는 명성에 걸맞게 인류의 우주개발사에 숱한 기록을 남겼다.

86년 2월 20일 발사될 때 예상했던 수명은 3년이었으니 예정보다 5배나 ‘장수’했다. 그러다 보니 15년간 고장을 일으킨 횟수는 1500번 이상.

가로 45m, 세로 29m, 무게 130t의 미르호의 연간 유지비는 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 아직도 10년 정도 더 쓸 수 있지만 러시아가 천문학적인 돈을 댈 형편이 되지 않아 폐기하게 됐다. 국력 과시 차원에서 미르호를 운영했던 소련이 해체된 탓도 있다. 소련이 추진했던 우주 개발 계획의 마지막 작품이 미르호였다.

그동안 31대의 우주선과 64대의 우주 화물선, 9대의 우주왕복선이 미르호와 도킹했다. 실험 등 임무를 띠고 우주비행사가 미르호에 파견된 것은 총 28회. 그간 미르호를 찾은 우주비행사는 12개국 104명에 이른다. 이 중 42명은 러시아 외에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우주공간에서의 물질 재배, 장기 우주비행과 중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 2만300여건의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결과는 각국이 극비에 부치고 있다.

러시아 우주 비행사 발레리 폴랴코프는 1994년부터 1995년까지 438일 동안 미르호에서 생활해 최장기 연속 우주 체류의 기록을 세웠다.

세르게이 아브데예프는 1992년부터 1999년까지 3회에 걸쳐 747일간 미르호에서 체류해 가장 오랜 시간을 우주에서 보낸 인물로 기록됐다.

미르호 승무원 아나톨리 솔로브요프는 16차례에 걸쳐 모두 77시간이나 미르호 밖 우주 공간을 유영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89년 12월 일본 TBS TV 아키야마 도요히로 기자는 미르호에서 최초로 우주 생방송을 했다.

미르호가 폐기되면 앞으로 우주공간에서의 연구활동은 2005∼2006년에 완공될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이뤄진다. ISS 계획은 우주 개발 경쟁을 벌였던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일본 이탈리아 등이 참가, 국제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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