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시아 NMD문제 타협점 모색

  • 입력 2001년 2월 20일 16시 39분


미국과 러시아가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양국은 그동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NMD구축 강행 선언 으로 갈등을 빚어 왔다.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은 19일 미국 의회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를 방문중인 커트 웰던 미 하원의원(공화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사일 방어기술의 공동개발을 제안하는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이 친서에서 부시 대통령이 △대공미사일 방어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 △러시아 방산업체에 대공 미사일체제 부품 발주 △대공미사일방어 공동 운영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웰덴 의원과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웰덴 의원 일행을 초청한 러시아 집권 예딘스트보(통일)당 보리스 그르이즐로프 원내총무는 양국 의회대표단이 NMD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인정하면서 양국 의원대표들은 정상회담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한 외교 소식통은 친서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6월 미·러 정상회담에서 공동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제안했다고 상기시켰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공동방어망을 구축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려 곧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공격 위협을 막을 수 없다며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 의원회의(NATO PA)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더글러스 버로이터 미국 하원의원은 19일 부시 대통령이 NMD체제 구축을 서두를 것이나 동맹국들과 충분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동맹국들과 협력해 NMD를 공동개발하고 공유할 것이며 동맹국들의 관심과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동맹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자적으로 NMD 구축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상당수의 유럽국가들은 그동안 NMD가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우려해 왔다.

앞서 러시아를 방문했던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12일 현재 러시아가 NMD에 대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이는 수사(修辭)일 뿐이며 결국 NMD에 동의할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피셔 장관은 미국이 러시아를 설득할 것이며 러시아가 동의할 만한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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