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력인사들 '리치 사면' 개입

  • 입력 2001년 2월 16일 17시 06분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면 스캔들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스라엘의 유력 인사와 첩보기관까지 '리치 사면'에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내달 1일 재개될 하원 청문회에는 존 포데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클린턴의 측근들이 대거 소환되는 등 사태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요원이었던 아브라느 아줄라이는 16일 이스라엘의 유력 인사들로부터 (스위스로 도피한) "마크 리치의 사면을 요청하는 증언을 취합하는 일을 했다"고 폭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줄라이는 "리치가 해외 유대인의 이스라엘 이주를 위한 비용 등 이스라엘레 거액을 기부한 공로로 상당수 이스라엘 정계 인사들이 그의 사면을 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모사드의 샤브타이 샤빗 전 국장은 "리치는 에티오피아 예멘 등 비수교국에 거주하는 유대인의 이스라엘 이주를 도와주었다"며 리치의 사면을 요청하는 서한을 클린턴 대통령에게 직접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도 클린턴 대통령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 리치의 사면을 요청했고 시몬 페레스 전 총리, 슐로모 벤 아미 전 외무장관 등도 서면으로 사면을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태생의 유대계 재벌인 리치는 83년 탈세 사기 및 적성국 교역 혐의를 받자 미국에서 스위스로 도주했으나 지난달 20일 클린턴 전대통령에 의해 전격 사면됐다. 이후 그의 부인이었던 데니스가 민주당에 100만달러가 넘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상원의원이 된 힐러리 여사에게도 선거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대가성 사면 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클린턴 전대통령은 15일 C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리둥절하다. 결코 잘못한 게 없다"면서 "내가 리치의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앞서 맨해튼 지방검찰의 매리 조 화이트 검사는 "FBI와 함께 리치와 동료 핀커스 그린의 사면에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원 정부개혁위원회는 3월 1일 재개될 청문회때 포데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브루스 린제이 전 백악관 보좌관 등을 소환할 예정이다. 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리치의 전 변호사이자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도 청문회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원법사위도 내달 7일경 관련 청문회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前CIA국장 사면도 조사▼

한편 상원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수백건의 1급 기밀문서를 개인용 컴퓨터에 저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존 도이치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사면한 것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상원 정보특별위원회가 15일 조지 테닛 CIA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면 결정을 내리기 전 정보기관들과 협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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