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왕세자 '세기의 사랑' 이룰까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33분


‘세기의 사랑’이 다시 성사될까.

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왕세자(33)의 신부감으로 알려진 이는 아르헨티나의 독재정권에 협력해 장관을 지낸 호르게 조레퀴에타의 딸 막시마(29). 2년 전 미국 뉴욕의 도이체방크에서 일하던 막시마씨를 우연히 보고 반해 그동안 사귀어온 그는 7일 베아트릭스 여왕의 63회 생일잔치에 막시마씨를 초대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결혼설이 퍼지자 네덜란드 의회가 독재정권에 협력한 사람의 딸을 왕세자비로 맞아서는 안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인권단체는 1976∼83년 독재정권을 이끌며 약 3만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진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당시 대통령 밑에서 농업장관을 지낸 조레퀴에타씨 역시 범죄자로 규탄해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그가 영국의 에드워드 8세처럼 왕위와 사랑 가운데 택일할지 모른다고 8일 보도했다. 영국 에드워드 8세는 미국의 이혼녀 월리스 심슨과 결혼하려다 왕실과 국회가 반대하자 즉위한 지 1년도 안된 1936년 “명예보다 사랑을 택하겠다”며 왕위를 버렸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결혼은 ‘세기의 사랑’으로 불렸다.

네덜란드 야당인 사회당 소속의 한 의원은 “왕세자가 즉위했다가 서거하면 독재정권에 협력한 범죄자의 딸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며 결혼 반대 이유를 밝혔다. 네덜란드 헌법은 왕실 인사의 결혼시 의회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막시마씨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영국식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현재는 왕세자와의 결혼준비차 네덜란드 인접국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네덜란드어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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