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힘과 권위외교' 선언 "NMD 계속 강행"

  • 입력 2001년 1월 27일 18시 39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 초기 강력한 외교원칙을 천명하면서 러시아와의 갈등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6일 ‘힘과 권위’를 갖고 국제 문제에 대처할 것이며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이날 미국의 NMD 구축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장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제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는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힘과 권위를 보여주는 데 집중될 것”이라며 “우리가 스스로의 의제를 설정하지 않으면 적국이나 그때 그때의 위기에 의해 의제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과 우방을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핵 등 점증하는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전쟁수행방법을 재규정해 평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 선거 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혀 러시아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NMD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부시 대통령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의 유산을 물려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NMD 추진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ABM 협정을 파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를 들른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NMD 추진을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러시아는 72년 미국과 체결한 ABM 협정 개정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아직 미국이 비준하지 않고 있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과 2단계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을 비준하는 등 비확산과 군축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제는 미국의 상응한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아시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아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AFP통신 등 외신은 이 같은 발언이 최근 러시아가 북한 중국 인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풀이했다.

<워싱턴·모스크바〓한기흥·김기현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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