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한국판 쉰들러' 브레이즈델씨

  • 입력 2001년 1월 27일 00시 23분


“늘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26일 저녁 5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한국판 쉰들러’ 러셀 브레이즈델(91·미국 뉴욕 거주)은 지금은 반백이 된 50년 전 전쟁고아들의 꽃다발을 받으며 활짝 웃었다.

브레이즈델씨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50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미 제5공군 군목(당시 중령)으로 활동하면서 서울거리를 떠돌던 전쟁고아 1000여명을 데려다 돌봤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제주도로 피란시킨 주역이다.

이들 1000여명의 고아는 사회사업가였던 황온순(黃溫順·당시 50세)원장에게 맡겨졌고 황원장은 51년 초 제주도에 한국보육원을 세웠다.

90세를 넘은 고령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이는 그는 “고아 수송은 마땅히 할 일이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며 마중나온 당시 전쟁고아 양윤학(梁潤鶴·68)씨 등 7명과 얼싸안았다.

그의 방한은 인천국제공항철도사업단에 파견된 그의 손자 데이비드 브레이즈델(33·벡텔 아시아지역본부 근무)이 70년 경기 양주로 옮긴 한국보육원을 찾아내면서 이뤄졌다. 황원장은 101세의 고령에도 브레이즈델씨의 소식을 듣자 금방 알아보며 반가워했다. 이날 공항에는 기동이 어려운 황원장 대신 사위 오흥근(吳興根·74)씨가 나와 브레이즈델씨를 맞았다.

브레이즈델씨는 27일 한국보육원을 방문, 당시의 전쟁고아 20여명과 만나 옛정을 나눈 뒤 28일에는 이들과 함께 전쟁기념관 통일전망대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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