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각료들 잇단 구설수로 곤욕

  • 입력 2001년 1월 8일 14시 21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한 차기 행정부 각료들 중 일부가 상원의 인사청문회라는 시험대에 오르기도 전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 언론은 7일 차기 노동부장관으로 지명된 린다 차베스가 91년부터 2년간 과테말라 출신 불법체류 여성을 집에 두고 허드렛일을 시키며 가끔 용돈을 준 사실이 밝혀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차베스 장관 지명자는 “인도적 차원에서 도움을 줬을 뿐 정식으로 월급을 주고 고용한 것은 아니며 불법체류자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바로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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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당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민주당의 톰 대슐 상원원내총무는 CBS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번 일은 인준 과정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솔선수범해서 법을 지켜야 할 노동부장관 지명자가 과거에 법을 어긴 사실이 있는데 어떻게 앞으론 잘할 것으로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미국의 유대계 신문인 예루살렘 포스트는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콜린 파월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5일 앞두고 터프츠 대학에서 강연한 대가로 20만달러를 받았으며 이 돈의 일부는 레바논의 이삼 파레스 부수상이 보조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신문은 “파레스 부수상은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정보총책 가지 케나안과 가깝다”며 파월이 국무장관으로서 이해가 걸린 측에서 돈을 받은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파월측은 “강연료 20만달러는 과장된 것이며 강연은 오래전에 예정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가 하면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 지명자는 미주리주 상원의원 시절 주 대법원의 흑인 대법관 로니 화이트가 연방 법원 판사로 임용되는 것에 반대하고, 인종차별이 심한 밥 존스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사실 때문에 민주당과 인권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또 게일 노턴 내무장관 지명자는 납을 만드는 한 회사의 로비스트로 일한 경력이 도마에 올랐다. 이 회사는 최근 2년 동안 14건의 환경관련 소송을 당했으며 원고 중에는 미국정부도 포함돼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지명자는 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자문으로 있을 때 닉슨 대통령이 “흑인 대다수가 근본적으로 어리석다”고 말하는 것에 동조한 사실이 드러나 입방아에 올랐다.

그동안의 선례로는 국방장관 지명자인 존 타워가 89년 음주 문제로 인준이 거부됐고 상무장관 지명자인 루이스 스트라우스도 59년 낙마했으며, 법무장관 지명자인 조 베어드는 불법체류자를 보모로 쓴 사실이 드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93년 지명을 철회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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