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시대 희생자 韓人 탄압기록 발굴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15분


1930년대 스탈린에 의해서 처형된 재소 한인들의 명단과 사진 심문조서 등 관련자료를 모은 자료집이 최근 모스크바에서 출간됐다. ‘소련시대 탄압의 정치적 희생자―한국인’이라는 제목의 러시아어로 된 자료집에는 1934∼38년 비밀경찰인 내무인민위원회(NKVD)에 의해서 숙청된 한인 독립운동가와 지식인 800여명의 관련자료가 수록돼 있다.

자료집에는 시인 조명희선생(1899∼1938)과 독립운동가 김철산선생(1904∼1938), 한국 최초의 공산주의운동 지도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박진순선생(1892∼1938) 등에 대한 기록 등 귀중한 자료가 들어 있다.

이 책은 당시 희생된 아버지 구철서씨의 기록을 찾기 위해 10여년 동안 국가보안위원회(KGB)와 군검찰 등 관련기관의 문서보관소를 뒤지며 자료를 모은 구 스베트라나씨(62·여)와 선교 문화단체 삼일문화원을 이끄는 이형근목사(李衡根·60)의 집념으로 빛을 보게 됐다. 이들은 관계당국에 자료공개를 끈질기게 요청해 1월 관련자 명단을 처음으로 찾았고 박진순선생 등이 모스크바 교외의 부토바 등 비밀묘지에 암매장된 사실을 확인했다(본보 1월 17일자 A31면 참조). 소련 시절에는 관련 자료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했으나 90년대 중반부터 자료수집이 제한적이나마 가능해졌다고 구씨 등은 밝혔다.

스탈린 정권은 한인 지도자급 인사 3000여명을 ‘민족주의자’ ‘일본 간첩’ 등으로 몰아 숙청했으며 37년에는 극동에 살던 20만명의 한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했다. 당시 국제공산주의 운동조직인 코민테른에서 활동하던 이원수씨의 심문조서를 보면 수사당국은 적국인 일본과 내통한 간첩이라는 사실을 자백하라고 강요했으며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1938년 이씨를 처형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씨의 딸인 이에라씨(67)는 2세 때 비밀경찰에 끌려간 아버지의 사진을 자료집에서 발견하고 통곡했다.

발간을 준비한 삼일문화원측은 “1200여명에 대한 자료를 더 찾았으며 현재도 자료를 수집 중”이라며 “관련논문집까지 모두 6권의 책을 내 ‘한인탄압사’를 총정리한 후 한국어 발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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