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만표 더얻은 고어 4년후 재기할까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39분


‘고어에게 2004년 차기 대권에 도전할 기회가 다시 주어질까.’

미국 대선의 유권자 투표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당선자보다 33만표를 더 얻고도 선거인단수에서 져 백악관행이 좌절된 민주당 앨 고어 후보. 13일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승복해 한편으로 동정을 얻기도 하지만 대선을 혼란으로 몰고 갔다는 비난도 동시에 사고 있는 그가 과연 차기 대선에서 재기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민주당에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고어 후보를 차기 대권주자로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다.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현재로서는 차기 대선에 고어 후보보다 더 유리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MSNBC방송의 워싱턴 지국장 팀 러서트도 “유권자 총투표에서 이기고도 패배를 승복했다는 사실이 고어에게 엄청난 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역사상 국민투표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수에서 졌던 존 퀸스 애덤스와 벤저민 해리슨 등 3명의 후보가 다음 대선에서 재기해 결국 백악관의 주인이 된 사례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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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찮다. 선거 직후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지 않아 미국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고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는 비난이 강하게 일고 있기 때문.

정치 전문가들은 그가 만약 선거 다음날 패배를 인정했더라면 국민의 동정으로 충분히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35일에 걸친 처절한 법정다툼으로 ‘대선을 향한 과욕’이란 좋지 못한 이미지를 남겼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고어 후보의 승리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민주당 중진들이 계속 그를 밀어줄지도 의문. 앞으로 4년간 그를 ‘정신적인 대통령’으로 받들기보다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당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기회는 두 번 주어지지 않는다’는 미 정가의 격언처럼 고어가 차기 대선 후보로 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고어 후보가 상원의원이 된 힐러리 클린턴 여사와 딕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 등 민주당 내 경쟁자들을 제치고 재기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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