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학대-인권침해 세계 곳곳 아직도 자행"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9시 34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군위안부'는 사라졌으나 아직도 세계 곳곳의 분쟁지에서는 성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무장세력들은 분쟁지역 여성을 전리품으로 취급하며 성폭행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국제전범법정'의 관련행사로 11일 일본 도쿄(東京) 구단회관에서 열린 현대 분쟁하의 여성에 대한 범죄 국제공청회 에서는 성적 학대와 고통을 받고 있는 분쟁지역 여성에 관한 당사자 증언과 관계자들의 보고가 있었다.

▽아프리카=알제리아에서는 원리주의 무장그룹에 의해 90년대 중반이후 5000여명의 여성이 성적 노예로 전락했다. 무장그룹은 쾌락을 위한 일시적 혼인 이라고 부르며 강간을 정당화하고 있다.

91년이후 내전상태인 시에라리온에서는 8세이하 소녀와 60세이상 여성에 대한 강간 사건만 2000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 유아와 어린이를 포함, 1만5000명이 학살당했으며 2000여명이 불구가 됐다.

내전중인 소말리아에서는 민병대는 물론 92년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 병사에 의한 강간과 살인도 일어나고 있다. 93년 한 야전부대장이 13세 어린이를 강간한 뒤 살해하는 등 어린이와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빈발하고 있다.

▽중남미=과테말라에서는 36년간의 분쟁중 살해되거나 실종된 사람이 20만명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한 수녀는 이날 "내전중인 89년 과테말라군에 연행돼 수많은 여성과 함께 강간과 고문을 당했으며 군인들은 강간 모습을 비디오로 찍고 사실을 폭로할 경우 비디오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멕시코 치아파스주에서는 97년 주민 45명이 민병대에 학살당한 것을 비롯, 살인과 강간이 빈발하고 있다. 멕시코정부는 산아제한을 내세워 원주민 여성에게 강제불임수술을 실시했다고 관계자들이 보고했다.

▽아시아=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은 92년 내전때 수천명을 살해하고 수만명을 강제추방했으며 수많은 여성을 강간했다. 탈리반 무장세력은 아직도 테러를 계속하면서 '시험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강간을 일삼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71년 시작된 내전에서 대량학살과 함께 20만명이 넘는 여성이 강간당했다. 이때 강간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거의 실종됐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파키스탄군이 남긴 비밀보고서 형태로 최근 인도 언론에 공개됐다.

동티모르의 프란시스카 소아레스는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군에게 연행된 후 두달간 성 노리개가 됐다. 저항하려했지만 살아야 했다고. 풀려난 뒤에도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성폭력의 실상을 전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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