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파 외국인 아이 살해 파문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7시 12분


독일 극우파인 신나치파 청년들이 여섯 살난 외국인 어린이를 무참히 살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독일 일간지 빌트지는 97년 6월 체코 국경 인근 마을인 제브니츠에서 신나치 청년들이 야외 수영장에서 놀고 있던 요셉 압둘라군(당시 6세)을 집단 구타한 뒤 무참히 살해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압둘라군은 독일인 어머니와 이라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현장을 목격한 증인들에 따르면 당시 청년들은 압둘라군을 보고 더러운 외국놈 이라고 욕하며 마구 때리고 환각제를 억지로 먹였다. 이들은 압둘라군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 기절시킨 뒤 수건으로 몸을 묶어 물에 밀어넣은 다음 물 속에서 마치 장난감처럼 갖고 놀기도 했다.

압둘라군을 괴롭히는데 싫증난 이들 신나치파 청년들이 수영장을 떠났을 때 압둘라군은 이미 숨진 상태로 물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는 것.

당시 수영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 광경을 지켜보고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일부는 사실 은폐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빌트지'에 실린 사건목격자 진술>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단순 익사사건으로 처리했었다. 그러나 압둘라군 부모가 증인을 확보하는 등 끈질지게 노력한 끝에 용의자 3명이 검찰에 체포되도록 하는 성과를 얻어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극우파는 사태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번에는 압둘라군 가족에게 살해 위협을 가하는 등 사건 은폐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정부 대변인은 사건 초기에 경찰이 고의로 사실을 은폐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이같은 혐의가 확인될 경우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밝혔다.

독일정부는 올 들어 외국인과 유대인에 대한 극우파의 폭력 사건이 많이 발생하자 정부 주도로 반 극우파 시위를 벌이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 작가인 귄터 그라스 등 독일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독일 극우파 문제의 뿌리는 정치권이 외국인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야당인 기민당은 최근 외국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제시, 2002년 총선 전략으로 반(反) 외국인 정서를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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