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 대행 파냐과 취임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28분


10년에 걸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철권통치로 얼룩졌던 페루에 새 날이 밝았다.

21일 대통령 권한 대행에 취임한 온건 개혁주의자 발렌틴 파냐과 전 국회의장(64)은 취임연설을 통해 “이제 페루 역사상 암울했던 한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면서 국민 화합을 당부했다.

그는 “8개월의 임기중 현안을 정직하고 공평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후지모리 집권 이후 국영기업의 사유화 과정에서 조성된 90억달러의 국고 중 4300만달러만 남아 있는 이유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냐과 대통령 대행은 내년 4월 대통령 선거와 7월 신임 대통령 취임까지 과도정부를 이끌 총리에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전 유엔사무총장(80)을 임명했다. 프랑스 파리에 체재 중이던 케야르 전 사무총장은 총리지명 소식을 듣고 “독재 잔재를 청산하고 국민 화합을 이루기 위해 총리직을 기꺼이 맡겠다”고 밝힌 뒤 23일 귀국길에 올랐다.

95년 대선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케야르 총리지명자는 유럽과 미주에서 외교관으로 오래 활약했다. 영국과 구소련 대사를 거쳐 1973년 유엔안보리 의장에 취임했으며 1981년부터 10년간 유엔사무총장을 맡았다. 재임중 이란―이라크 전쟁, 엘살바도르 내전 등 국제 분쟁을 중재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유엔의 크게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95년 야당 대선 후보로 나섰으나 패배하자 파리로 이주했다. 이 때문에 조국을 등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