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최악의 외교고립 위기…팔 민병대 지도자 피살

  • 입력 2000년 11월 23일 00시 46분


이집트가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소환한데 이어 요르단이 21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맹폭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주재 신임대사 파견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취해온 두 나라가 이같이 강경조치를 취함에 따라 이스라엘은 20년내 최악의 외교적 고립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은 일련의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해 21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을 이집트로 급파했다. 중재자 역할을 해온 이집트가 발을 빼면 곤란하다며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22일 가자 지구의 모라그 유대인 정착촌 근처에서 수배중이던 팔레스타인 민병대 지도자 압델 라제크등 팔레스타인 민병대원 4명을 사살,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경과=이집트는 21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지속적이고 과도한 폭력 사용에 불만을 나타내며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무기한 소환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가자지구 맹폭이었다. 2개월째 신임대사 파견을 미뤄온 요르단도 곧이어 대사 파견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이미 오만 카타르 튀니지 모로코는 자국내 이스라엘 대표부 폐쇄와 이스라엘 파견 대표부를 철수한 바 있다. 이집트와 요르단의 이번 조치는 양국이 아랍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만큼 다른 국가의 외교 제재와 달리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는 79년, 요르단은 94년 각각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두 나라의 강경조치는 국내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미국 ABC방송은 분석했다. 두 나라에서는 반 이스라엘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이집트 언론매체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연일 미화하고 TV 방송도 팔레스타인을 돕기 위한 현금, 식량, 헌혈, 의약품 모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압둘라 요르단 국왕이 이런 국내상황을 무시하고 온건태도만 고집하다가는 자칫 국내지지기반을 잃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전망=이스라엘은 이같은 사태에 유감을 나타냈지만 대응조치로 양국에 파견된 대사를 소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22일 폭력에는 폭력으로 응징할 방침 이라고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2일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에 발포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압델 라흐만 자치정부 총무장관은 "우리를 파괴하려는 이스라엘에 맞서 반 이스라엘 전선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22일 가자지구내 이스라엘 정착촌에서는 폭발테러가 발생했다.

이-팔의 강경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이집트마저 중재자 역할에 등을 돌림으로써 중동사태는 당분간 해결의 가닥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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