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62% "부시-고어 대법 판결 수용해야"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34분


투표를 치르고도 2주일 이상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용의 눈만 그려 넣으면 되는’ 막바지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

미국 국민 대다수도 조만간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 판결이 나오면 후보들이 이에 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소송 더이상 안돼"▼

○…미 NBC 방송이 20일 전국 50개주 성인 51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어느 후보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건 앨 고어 민주당후보나 조지 W 부시 공화당후보는 더 이상 법정소송을 제기해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12%는 당선자가 확정되기까지 두서너 주는 더 기다릴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반면 41%는 며칠이상 기다리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해 기다리겠다는 응답률이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편 CNN방송은 이날 고어 후보는 88% 수검표가 끝난 브로워드 카운티에서 117표, 50%의 수검표가 진행된 팜비치에서 3표, 2% 재검표된 마이애미 데이드에서 12표를 추가하는데 그쳐 당초 고어 진영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 순회법원은 나비모양의 투표 용지가 혼란을 초래해 투표결과에 영향을 주었다는 민주당측 유권자들의 재투표 실시 청원을 20일 기각했다.

호르헤 라바르가 판사는 원고측의 새로운 투표 실시 주장은 플로리다주 법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팜비치 유권자들은 이날 라바르가 판사의 판결에 불복,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 밥 버터워스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이날 우체국 소인이 찍히지 않아 무효처리된 부재자 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소인없는 표 집계 지시▼

버터워스 주법무장관은 이날 관내 67개 카운티 선거감독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단지 우체국 소인이 찍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재자 투표가 무효처리돼서는 안된다면서 우체국 소인이 없더라도 서명이나 날짜표시 등을 통해 선거일 이전에 보내졌다는 점이 인정되면 유효표로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부재자 투표에서 부시 후보는 1380표를 얻어 750표를 얻는 데 그친 고어 후보에 630표 앞섰다. 공화당은 그러나 각 카운티가 우체국 소인이 찍히지 않은 1000여표를 무효처리한 것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이날 만약 공화당 대통령후보인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되면 환경과 여성의 지위향상 등과 같은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새로운 21세기 외교정책을 펴나가라고 권고했다.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국제문제에 관한 한 여성회의에서 연설한 뒤 질의응답 순서에서 부시 주지사에게 “21세기의 미국 국익이 무엇인지를 잊지말라. 그것은 당신 아버지의 외교정책이 아니다”며 이같이 권고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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