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그루지야 개혁지원 나섰다…자금공급 약속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30분


세계 금융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 퀀텀 투자그룹 회장(70)이 구 소련지역 개혁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은 5일 그루지야를 방문한 소로스 회장이 부정부패 척결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소로스 회장은 “그루지야 정부가 ‘반 부패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 감명 받았다”며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소로스 회장은 그루지야 법무부 조직개편과 교도행정 개혁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지원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그루지야는 9월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린 밀레니엄 정상회담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하는 길에 소로스 회장을 만나는 등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소로스 회장이 설립한 ‘열린사회 재단(소로스재단)’도 러시아 교육발전을 위해 400만달러를 톰스크주 등 8개 지역에 지원하는 등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로스 회장은 “‘산타클로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러시아 등 동유럽에서 여러 지원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 지역의 민주화와 시장개혁이 성공하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자신은 ‘국제투기꾼’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상가로 불리길 원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투자전략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소로스 회장은 한때 수익률이 100%가 넘던 러시아 채권시장에 투자했다가 98년 러시아금융위기로 20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철수했다. 당시 그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끝났다”는 험담과 함께 “다시는 러시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소로스 회장은 최근 러시아 시장으로 슬그머니 돌아왔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경제일간지 코메르산트는 퀀텀그룹이 컨소시엄인 ‘머스트컴’을 통해 러시아 최대의 통신회사인 스뱌지인베스트 지분 25%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로스재단은 낙후된 러시아 지방의 정보통신 환경을 개선해주겠다며 33개 지역에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를 설립했다. 소로스 회장도 러시아의 인터넷 사업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관심을 보였다.

때문에 그가 기회 있을 때마다 “러시아에 ‘정보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인터넷사업에 진출할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따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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