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가, 굴뚝산업 우량주로 U턴…벤처 자금난 심각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6시 24분


첨단 기술 분야가 주도해 온 미국의 신경제가 성장둔화 조짐을 보이자 투자가의 관심이 정보 통신 등 성장주로부터 안정적인 구경제의 우량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 기업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30일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올 연초만 해도 대부분의 개인, 기관투자가는 정보 통신 등 종목을 선호했으나 증시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내실을 따져 우량주와 우량 펀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량종목을 중심으로 운용한 뮤추얼 펀드의 실적은 2·4분기와 3·4분기 실적이 첨단 기술 분야 성장주를 중심으로 운용한 펀드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출범한 펀드 가운데 24개가 우량 펀드라는 명칭을 사용할 정도로 우량종목이 투자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투자성향이 보수적으로 돌아선 것은 것은 투자 흐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월 우량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160억달러, 성장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340억달러였으나 9월엔 우량 펀드에서 빠진 자금이 22억 달러, 성장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9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적으로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특히 성장성을 강조하는 첨단 기술분야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첨단 기술 분야의 벤처 기업은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지도 이날 1면 기사를 통해 신경제의 장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벤처 기업의 자금 창구 역을 했던 벤처 캐피털이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회사인 ICG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4월엔 투자가로부터 10억달러를 조달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아 장비를 구입하는 등 앞길이 탄탄해 보였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회사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고 경영진은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신경제는 풍부한 자금 유입에 힘입어 성장해 온 만큼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이제 장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

한편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듀폰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구 경제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4월17일 이후 최고폭인 245.15포인트(2.31%)가 오른 10,835.77을 기록했다.

그러나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87.03 포인트(2.65%)가 하락한 3,191.33으로 장을 마쳐 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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