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군경 파업 동조…대선 일부 무효화 '시간끌기'의혹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44분


유고 총파업 3일째인 4일 30만이 넘는 유고연방 주민이 세르비아공화국 20개 도시에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가운데 일부 군경이 야당 측에 동조해 유고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이날 광원 7500여명이 파업 농성중인 콜루바라 탄광에 군경이 투입됐으나 광원들이 농성 동참을 촉구하자 바리케이드 제거를 포기하고 농성에 동조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이에 앞서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와 야당 지지자 1만여명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이 탄광에 집결했다. 군경 가운데 일부는 코스투니차 후보가 광원과 지지자들에게 연설할 때 헬멧을 벗고 군중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세르비아 제3의 도시인 니시에서는 주민 약 5만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베오그라드에서는 각각 1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2개의 시위대가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행진했다. 야당인 세르비아민주야당(DOS)은 밀로셰비치 대통령에게 5일 오후 3시까지 코스투니차 후보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고 물러나라고 ‘최후통첩’했다.

군경의 농성 동조가 알려진 직후 유고 연방 헌법재판소는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기로 결정했다고 관영 탄유그 통신이 보도했다. 헌재는 “대통령 선거 과정의 일부를 무효화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면서 “무효화된 선거과정은 투표 진행, 개표 집계 및 결과 발표에 관련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헌재 결정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이번 결정이 1차 투표부터 다시 하라는 뜻인지, 밀로셰비치 대통령 측의 대규모 부정이 적발된 코소보 투표의 무효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만일 헌재 결정이 1차 투표 전면 무효를 의미한다면 앞으로 60일 내에 다시 1차 투표를 해야 한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으로서는 사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게 되는 셈. 반대로 이 결정이 투표 결과에 의혹이 제기된 남부 세르비아나 코소보 등에서의 재선거를 의미한다면 야당 쪽에 희소식이 된다.

AP통신은 밀로셰비치 대통령 충성파가 지배하고 있는 헌재가 그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음모(Ploy to buy time)’라고 분석했다. 코스투니차 후보도 이번 결정이 “거대한 함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의 세부 내용을 5일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유고 사태 해결방안의 하나로 밀로셰비치 대통령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국제전범재판 사면안이 제기되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4일 ‘사면 불가’를 못박았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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