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9월 29일 18시 4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유로화 가입 부결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해온 유로화의 위상은 물론 유로화 가입 국민투표를 남겨둔 영국과 스웨덴의 표심(票心)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EU 집행부의 고민이다. 지금은 EU 비회원국이지만 EU 가입 여부를 놓고 내부 논란중인 노르웨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 더 나아가 가시화되고 있는 유럽의 정치 통합, 즉 ‘유럽합중국’ 구상에도 경고음을 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EU 순번제 의장국인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덴마크 경제가 EU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번 투표결과가 유로화의 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결의 의미를 절하했다. 덴마크처럼 유로화 가입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인 스웨덴의 예란 페르손 총리도 “우리가 투표를 실시할 때쯤이면 덴마크의 투표결과가 크게 거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과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유감을 표시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피셔 장관은 “아직도 (덴마크가 유로화에 가입할) 문은 열려 있다”고 미련을 거두지 않았다.
덴마크가 부결로 기울 것이란 전망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탓인지 2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우려했던 유로화 폭락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유로당 0.87달러 선으로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가입 부결에 대비, 유럽중앙은행이 즉각 개입할 준비를 갖췄다는 분석도 시장의 동요를 막았다.
덴마크의 투표가 부결로 나타난 것은 유로화 가입시 ‘사회복지천국’인 자국의 국민복지 수준이 여타 유럽국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현지의 분석. ‘하나의 유럽’에 대한 덴마크 내의 뿌리깊은 회의론도 표심을 자극했다. 덴마크는 1992년 유럽통합의 기초가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 비준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도 부결시켰었다.
투표 부결의 여파는 유럽의 정치통합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합중국’의 탄생을 위해선 ‘하나의 통화’가 선결 조건이기 때문. 덴마크 올보르그대 정치학과의 요하네스 안데르센 교수는 “덴마크 국민은 지나치게 빠른 유럽통합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박제균기자·파리〓김세원특파원〉 phark@donga.com
| 유로화 추진 일정 | ||||
| 1979. 3 | 유럽통화제도(EMS) 발족 | |||
| 1995.12 | 단일통화 명칭 ‘유로’로 확정 | |||
| 1998. 5 | 브뤼셀 EU 정상회담에서 유로화에 11개국 참여확정 | |||
| 1998. 7 | 유럽중앙은행(ECB) 출범 | |||
| 1999. 1 | 11개국 유로화 도입(금융기관 등의 장부상에서만 사용) | |||
| 2000.12 | 니스 EU정상회담, 정치통합 논의 예정 | |||
| 2002. 1 | 유로화 지폐 주화 통용 개시 | |||
| 2002. 7 | 유로화로 단일화(각국 화폐 퇴장) | |||